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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미는 독서

잔잔한 일본소설 추천 :: 요코야마 히데오 <빛의 현관 ノースライト / North Light>

by 키멜리 2021. 11. 22.

보통 일본소설은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무슨 책을 읽을까 온라인서점을 뒤적뒤적 하다가

따뜻한 느낌이 나는 소설책 표지에 끌려 술술 읽어 내려간 요코야마 히데오 <빛의 현관>

 

결론은 좀 의외이기도, 예상보다 시시하기도? 한 느낌이었지만, 그 과정에서도 느껴지는 사람 냄새, 사람간의 정,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일본소설이었다.

 

 

 

“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갈망할 때가 있다.”

건축사 아오세는 어느 날 의뢰인에게 메일을 한 통 받는다. 책에 수록된 아오세의 ‘Y주택’을 보고 싶어 찾아갔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다는 내용이다. 아오세에게 Y주택은 특별하다. 직장과 가정에서 실패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일하던 중 ‘스스로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때처럼 설렘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설계했었다. 아오세가 망설임 끝에 찾아간 Y주택은 애초에 사람이 산 흔적 없이 텅 비어 있다. 다만, 2층 창가에 독특하게 생긴 의자 하나가 창을 향해 놓여 있는데……. 완공된 집을 보며 함께 감격했던 일가족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혹은 도무지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절로 떠오르는 곳을 고향이라 부른다면, 아오세에게는 숫제 고향이 없었다. 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이 솟아오를 때가 있다. 떠돌던 건설 현장의 숙소에는 희한하게도 북쪽 벽에 큰 창이 나 있었다. 새어 들어오는 것도, 쏟아져 들어오는 것도 아닌, 왠지 조심스레 실내를 감싸 안는 부드러운 북쪽의 빛. 동쪽 빛의 총명함이나 남쪽 빛의 발랄함과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은 듯 고요한 노스라이트(north light).


살아 있는 것들은 본능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는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