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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미는 독서

재밌는 소설 추천 :: 조용한 아내 (부부의세계 해외편 이랄까-)

by 키멜리 2020. 11. 3.

부부의 세계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정말 반응이 뜨거웠었다.

한국에서 살적에도 드라마나 예능을 잘 챙겨보지 않는 편이었기에 (술마시러 다니느라 바빴..)

프라하에서 살면서도 한국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았었는데, 부부의 세계는 정말 대유잼이었다는 +_+ !!

 

엄청나게 핫했던 부부의 세계가 종영되고 나서, 또 어떤 새로운 책을 읽을까 전자도서관을 뒤적거리다

이 책의 서평 중에 부부의 세계 조용한 아내 편 (적극적으로 분노하며 문제를 해결한 김희애씨 같은 불같은 아내와 반대되는 표현으로)

이라는 서평 덕분에 읽기 시작했던 A.S.A. 해리슨의 조용한 아내

 

 

책을 읽다 인상깊었던 구절, 혹은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대목을 아래에 적어놓았기에

소설의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스포일러 있음. 매우 있음. ^_^;;

 

 

아들러 연구자로서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조디. 건축 사업가로서 야망을 하나씩 이뤄가는 토드. 토드가 몇 번이나 외도를 했지만 두 사람은 이십 년간 부부 생활을 이어왔다. 토드는 결국 자기 자리로 돌아왔고, 표면적이나마 평온한 생활을 유지했으니까. 조디는 모두 용서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끝이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가정 스릴러 『조용한 아내』가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캐나다 작가 A.S.A. 해리슨의 데뷔작이자 유고작인 『조용한 아내』는 바람둥이 남편을 둔 심리학자 아내의 이야기다. 저자 A.S.A. 해리슨은 예술과 심리학 공부를 하며 쌓아온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글솜씨를 첫 소설에 전부 쏟아 부었고, 『조용한 아내』는 “결혼과 인간관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소설 중 단연 최고”라는 평과 함께 27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토드도 전화하지 않을 것이다. 아내가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거나 안부를 묻지도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인지 그녀는 그걸 알고, 깨달음과 함께 폭풍 속에서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멈출 수 없는 어떤 감정이 밀려든다.

 

이십 년 전, 그들의 사랑은 정열의 불꽃으로 폭발하고 궤도에 진입하는 로켓처럼 높이 솟아올랐다.

그 추진력이 이제 힘을 잃어간다는 것은 그녀가 차마 맞대면하지 못한 초라한 사실이다.

종종 그때로부터 지금에 이르는 세월이 아코디언처럼 접히고 짜부라져 아득한 기억을 가까이로 불러오는 것 같기도 하다.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친구의 딸 (-_-) 과 불륜을 저지른 이 토드의 생각을 들어보자면,

알고 지낸 기간은 짧지만 그녀는 삶을 되돌려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빚을 졌다.

삶이라는 선물을, 그는 한 남자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감정 속에서 찾아냈다.

단순히 사랑이 아니라 탐욕, 정욕, 욕망... 세차게 퍼붓는, 파괴적인 모든 것. 초조함조차 선물이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는 초조한 기분이 하루 종일 그를 따라다닌다. 질투심조차 선물이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과 불륜이 주는 짜릿함 모두를 갖고 싶었던 전형적인 개..ㅅㄲ 토드

 

 

그리고 토드가 결국 불륜녀를 임신시키고 그 문제가 수면위에 올라 조디와 부부로서의 관계를 청산하게 됐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조디도 자신의 직업을 좀더 진지하게 여기는 게, 또 자신을 좀더 진지하게 여기는 편이 그녀에게 좋을텐데.

어쩌면 진짜 직업을 얻어서 자기 공부를 더 잘 이용하는 편이 좋겠지.

조디가 어디에 안착하든, 그가 가끔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만 바랄 뿐이다.

어쩌면 그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줄지도 모른다. 이따금 그녀가 못 견디게 그립다.

그녀의 요리와 분별력, 함께했던 삶의 편안함과 위안이 그립다.

조디는 순전히 토드를 위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을 뿐이다.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밖에서 딴뇬이랑 몸을 섞다 늦게 귀가할 때 조차도) 집에서 완벽한 요리를 해놓고 기다리는,

40대의 나이에도 완벽한 섹시한 몸매를 자랑하는 아내를 원했던건 토드 자신이었잖아..? (아 쓰면서 계속 화나네 ㅋㅋㅋㅋㅋ)

 

 

불륜녀 나타샤와 결혼하기로 하고 같이 동거를 시작했을 때, 천성적으로 게으른 나타샤의 성격과

임신으로 인해 오는 어려움에서 테드에게 쏟아붇는 모든 짜증, 그녀의 집착 (토드가 또 다른 여자를 만나거나 조디를 만나러 가지 않을까 하는데서 오는 걱정) 등을 겪으며 조디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타샤가 밀어붙이면서 그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지만 않았다면 그와 나타샤 사이는 완벽할 수 있었다.

제멋대로 임신하지 않았더라면, 결혼식을 지금처럼 밀고 나가지 않았다면.

 

...정말 이남자 쓰레기 아니니..? 책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분노해 보기는 또 처음

읽다가 너무 짜증나서 내 옆에 누워 쉬고 있는 짝꿍한테 끊임없이 조잘댔다.

"This fuck*** guy cheated on his wife and now he complains about his fiance which he got her knocked up AND!!! he's hitting on some random girl at a bar again!!!!"

 

 

 

이 친구딸과의 불륜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전에도 조디는 이미 토드의 숱한 불륜행각을 알면서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눈을 감아주고 있었고, 조디가 알면서도 모른척 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토드 또한 알고 있었으며

본인 스스로를 합리적이고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토드에 비해
조디가 보는 토드는 책임이나 본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회피하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진 남자로 해석했다.

 

한 챕터씩 조디의 시선에서, 그리고 토드의 시선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방식이 흥미로웠는데

막판에 사이다 같은 복수나 결말이 아니라는 사실이 좀 아쉬웠다. 차라리 소설 초반에 토드한테 약을 먹였을 때 죽어버렸음 속시원했을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