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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미는 독서

유퀴즈 유성호 법의학자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죽음이란..?

by 키멜리 2021. 1. 12.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이 세상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나에게는 닥치지 않을 일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죽음과 대면하기를 꺼려왔던 것 같다.

 

내 나이 이제 30대인데 벌써 그 얘기를 수면 위로 올리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아직은 생각할 때가 아니라며

한번도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거나 나의 죽음은 어떨지 미리 예상해 보지 않았었는데 (누구나 피하고 싶은 주제니까-)

 

유튜브에서 유퀴즈 동영상들을 보다 우연히 보게 된 유성호 법의학자의 인터뷰를 보며

매주 시체를 마주하고 그들의 죽음에 대해 조사해야 하는 법의학자로서 그가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읽고,

또 어떤 분이 남겨 놓은 덧글에 이 법의학자가 쓴 책을 추천하길래 망설임 없이 바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탄생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서문을 여는 이 책은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겨있어서 재밌으면서도 유익했다.

 

미토콘드리아라는 물질은 난자에 정자가 들어오면서 정자의 꼬리가 짤릴 때 그 꼬리에 있던 미토콘드리아도 함께 잘리기 때문에

아빠의 성을 따르는 부계 중심의 혈족 사회가 사실은 엄마의 성을 따르는 모계 중심이 되어야, 나중에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쉽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미토콘드리아에 대해 언급하는 영상들을 찾아 보면 이쪽으로 결론이 나곤 한다.)

 

 

죽음에 대해 생소한 우리는 죽음에도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지 못하는데,

의학적인 소견 이외에도 법률의 측면에서 사망의 종류가 결정된다는 것 (사망의 원인이 익사더라도 사망의 종류는 경우에 따라 자살, 사고사, 타살 등 다양하게 나뉜다)

 

 

현대 사회에서는 세상과의, 가족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의료 행위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처분당한다는 것.

이제는 이러한 대세를 거슬러 죽음을 당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쪽으로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라며 제시한다.

 

 

'안락사'라는 단어는 편안하고 고통 없는 죽음을 뜻하는 데, 마치 누군가가 나를 살해한다는 느낌을 갖게될 수 있는 어감이기 때문에

또 다른 표현인 '자비사'가 우리가 생각하는 안락사일 수 있다.

자비사라고 하면 고통 없이 사망하게 도와주는 것, 예를 들어 전쟁 영화에서 총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병사를 편히 죽도록 쏴주는 그런것들이다.

어떤 표현을 쓰든 삶의 중단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은 의미를 갖는데, 문제는 과연 삶이 의도적으로 중단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인 숙고가 필요한 문제다.

 

 

이 책에서 언급된 다큐멘터리 중,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의 투신 자살자들을 촬영해서 논란이 됐었던 다큐가 있다.

<The Bridge Documentary - Jumpers>  아래에 링크를 걸어뒀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시청해 보시길.

 

https://youtu.be/IrGv3HlT3MQ

2004년 한 해동안 매일 촬영한 결과 23명 자살자의 투신 현장을 담아 다큐멘터리로 공개하게 되었는데,

금문교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했다가 다행히 구출되어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자살 시도자를 진료하며 사람들이 들은 이야기는 이렇다.

 

그들은 모두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왔고, 자기가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해서 실제로 실행했는데,

막상 죽으려는 순간에는 살고 싶었다고 말이다. 그 순간에는 모두 다 자기 판단을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연명의료계획서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본인의 사망을 결정할 수 있도록 미리 작성해 두는 것으로,

가령 내가 만약 회복 불가능한 의실 불명 상태가 되면 절대 연명의료 목적의 심폐소생술 같은 것을 하지 않도록 미리 의사를 밝혀두는 것.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의미)

명시적 의사를 위해서는 연명의료계획서와 함께 구체적 사전의료지시서와 담당의사의 확인이 필요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미리 문서를 작성해 둘 수 있고,
관련 병원이나 센터에 방문해 설명을 들은 뒤 서류를 작성하고 나면 법적인 효력을 얻게 된다.
또한 향후 언제든 본인의 생각이 바뀌었을 경우에는 문서를 철회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가능한 기관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https://www.lst.go.kr/addt/composableorgan.do

 

 

 

 

일본에서 몇년 전부터 유행해온 '종활'은 노인들이 인생의 종말을 충실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벌이는 죽음 준비 활동을 뜻하는데

이처럼 정리와 종결은 죽기 전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삶의 과업이라고 볼 수 있다.

 

1) 물직적 정리: 경제적 자산에 대해 남은 자에게 짐이나 분란의 소지가 되지 않도록 미리 정리해 두는 것

2) 심리적 정리: 죽음을 인정하고 수용해서 승화하는 단계를 거쳐 죽음을 맞이하는 것

 

자신의 책임, 권리, 의무에 대한 여러 가지 귀속을 마쳐야 편안히 죽음을 맞을 수 있다.

 

 

G/N/R 로 불리는 지네틱스, 나노 테크놀리지, 로보틱스 등이 합쳐지는 세상에서는 죽지 않는 영생이 가능해질까?

 

인간은 몸의 노화 때문에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는데, 20대와 80세의 뇌 사이에 지능이나 지각력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뇌 신경 개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질환을 유발하게 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것. (부피로 따지면 5-25퍼센트까지 감소)

 

뼈 역시 나이가 들수록 뼈의 밀도도 낮아지고 등뼈와 허리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에서 조금씩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키가 조금씩 작아진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가 아닌,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장기는 어떻게 교체하거나 수술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뇌와 뼈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으니 영생에 대해 답을 내리기 어렵다.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활동

1)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소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자주 하기

2) 죽기 전까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 꿈꾸고 있던 일 하기

3) 내가 살아온 기록을 꼼꼼이 남겨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겨주기

4) 자신의 죽음을 처리하는 장례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모으기 위해 지속적으로 경제 활동 하기

5)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기

 

 

임종노트 작성하기

1) 자신의 장례에 대한 내용, 원하는 장례 방식 (종교에 따른 방식, 매장 혹은 화장 등의 방식 등등)

2)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싶은 사람의 명단 작성하기

3) 유산: 돈과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통장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등과 함께 재산의 분배에 대해 자세히 기록해 두기

4) 남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 적어두기

 

 

품위 있는 죽음 = 죽음이 두렵지 않은 상태의 죽음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삶이 있고 100가지의 죽음이 있다.

나만의 고유성은 죽음에서도 발휘되어야 하지 않을까? 죽음과 친숙한 삶이야말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이다.

이것이 죽음으로 삶을 묻는 이유다.

 

 

현재를 즐기라는 뜻의 까르페 디엠 (Carpe diem!) 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를 마음에 새기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어떠한 모습이기를 바라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깊은 의미를 품는다.

 

 

이 책에서 언급한 책 혹은 영상

1)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Being Mortal>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의료에만 급급해 하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것이지 돌아보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책

 

2)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물학적 인간의 조건을 뛰어넘는 미래 인류의 모습을 전망한다는 내용

 

3) 영화 <이너 스페이스 Innerspace>

사람이 굉장히 작아져 몸 속으로 들어가 병을 고치고 모험을 하는 내용

 

4) 영화 <아일랜드 The Island>

줄기세포를 이용해 나와 똑같은 사람을 키운 뒤 내가 늙으면 나와 똑같은 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고 계속 교체해 영생을 실현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