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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미는 독서

좋은 소설 추천 :: 최은영 장편 소설 <밝은 밤>

by 키멜리 2022. 3. 20.

증조할머니인 삼천이, 할머니인 영옥, 어머니인 미선, 그리고 화자인 나 지연까지 4대로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새비 아주머니, 새비 아저씨, 그리고 따뜻한 표현은 못했지만 늘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명숙 고모 할머니까지-

여러 등장인물 간의 감정의 소용돌이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평안해질 수 있었던 까닭은
좋은 여운을 남겨주는 최은영 작가의 필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어 행복했다.

 

 

『밝은 밤』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럽게 백 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증조모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나’에게서 출발해 증조모로 향하며 쓰이는 이야기가 서로를 넘나들며 서서히 그 간격을 메워갈 때, 우리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건 서로를 살리고 살아내는 숨이 연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 자체가 가진 본연의 힘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은은하며 강인한 존재감으로 서서히 주위를 밝게 감싸는 최은영의 소설이 지금 우리에게 도착했다.

 

출처: YES24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을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어떤 이유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나는 지우를 보며 알았다.

 

앞으로 남은 인생이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벅차.

지금 그런 생각이 드는 거 당연해. 그래도, 너도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거 알잖아.

 

 

나는 희자가 높은 하늘에 연을 띄우듯이, 기억이라는 바람으로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마음에 띄워 올리곤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바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일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으리라고 짐작하면서.

 

아깝다고 생각하면 마음 아프게 되지 않갔어.

기냥 충분하다구, 충분하다구 생각하구 살면 안되갔어?

기냥 너랑 내가 서로 동무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갔어?

난 삼천이 너레 아깝다 아쉽다 생각하며 마음 아프기를 바라디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