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표지에 적힌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였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나는 결코 얌전하지 않은, 포부가 제법 큰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한 소녀가 뉴욕에서 살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삶의 다양한 면을 접하고, 인생은 결국은 씁쓸한 거란다_ 라는 교훈을 얻은 책처럼 느껴졌다.
각자 자신만의 짐이 있고, 과거가 있고,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짐을 안고 살아가니까.
화려해 보이는 뉴욕에서의 삶 이면에 더러운 뒷골목이 있고, 초라한 단칸방이 있고, 배신과 상처도 있다는걸 배운 한 여자의 이야기.
눈앞에 펼쳐진 미지의 인생의 첫걸음들을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 기준해 텀벙텀벙 내딛는. 1940년대 뉴욕의 화려하지만 쇠락한 극장을 배경으로, 시끌벅적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들과 함께 펼쳐지는 한 여성의 질주하는 인생 이야기.
소설은 2010년, 이제는 여든아홉 살의 노인이 된 주인공 ‘비비안 모리스’가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대 ‘안젤라’에게 쓰는 회고록 형태의 편지로 시작된다. 기나긴 이야기를 앞두고 그녀는 도입부에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다만 이뿐이겠지. 그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ㅡ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아무도 모를 거야!’ 라는 내 반항에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아, 비비안. 사람들은 다 본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를 뿐 뭔가 잘못되었다는 건 분명히 알아.
사람들에게 왜 그런 기회를 주려고 하니?’
ㅡ
나도 언젠가부터 삶의 어려움에 폭풍같은 눈물로 반응하기를 그만두었다.
품위라고는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지.
이제 나는 가장 잔인한 진실의 덤불 속에서 거짓 눈물의 홍수로 자신과 타인의 품위를 손상하기보다,
울지 않고 태연하게 할 말 다하는 꿋꿋한 노인이란다.
ㅡ
삶을 좀 더 가볍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봐, 아가씨.
세상은 늘 변해. 어떻게 맞춰갈지 배워야 해.
사람들은 약속을 하고 또 약속을 깨.
공연은 인기를 얻다가 또 망하기도 하지.
탄탄해 보이는 결혼도 결국 이혼이 되고.
한동안 전쟁이 없었다가 또 전쟁이 터졌잖아.
이 모든 일에 화를 내면 그저 멍청하고 불행한 사람만 될 뿐이야.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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