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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멜리 라이프

프라하를 떠나며_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의 풍경

by 키멜리 2020. 12. 13.

프라하에서의 약 3년간의 생활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이 되었다.

2018년 3월부터 프라하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이제 곧 떠날 때가 되니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내 일상 이야기들은 기존에 운영중인 네이버 블로그에 매주 올라가고 있지만,

이번에 새로 만든 이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나의 예쁜 프라하 사진들을 올려보고 싶어 기록차원에서 남겨보는 포스팅 :)

 

 

프라하에는 도시 곳곳에 예쁜 곳들이 저어어어엉말 많지만,

특별히 가을에 가장 예쁜 곳을 꼽으라면 바로 이곳이지 않을까 싶다.

 

프라하에서 살고있는 우리끼리는 그냥 은행나무길 이라고 부르는 이 길 :-)

트램을 타고 가는 경우 프라하성 정류장인 Pražský hrad 에서 한 정거장 더 가 Královský letohrádek 에서 내리면 된다.

 

 

내년 가을 즈음이면 코시국도 이미 다 끝나서 여행이 재개되어 있을테니 (부디...)

내년 가을에 프라하 여행 오시는 분들은 이 예쁜 은행나무길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

 

이때 통행에 제한이 있을 때라서 마스크 쓰고 정말 조심조심 초스피드로 다녀왔다는-

 

 

프라하에서 거진 3년을 살면서도, 관광지 쪽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좀 피해다녔던 경향이 있어서

프라하성 근처는 10번도 채 안갔던 것 같다. 심지어 이날 포함해서!

 

여행객들이 없는 프라하의 골목골목들은 너무나 조용하고 황폐한 느낌이지만

사실 여기서 살고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얼마만의 고요함이냐- 싶어 반가운 마음도 있었더랬다.

 

 

이 은행나무길에 정점을 찍어주는건 22번 빨간트램 :-)

신형트램이 들어올 때보다는 빨간 구형트램이 들어올 때 사진에 같이 담아야 예쁘게 나온다.

 

타이밍을 잘 못잡아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못 건졌다면 다음 트램을 기다려야 하지만,

22번 트램은 배차간격이 짧기 때문에 충분히 기다릴만 하다.

 

 

왜 애기 엄마들이 애기 사진 100장 찍어놓고도 하나하나 다 조금씩 다르고 예뻐서 못 지우듯이

이날 찍은 사진들이 정말 많았는데 다 예쁘고 다 마음에 들어서 지운 사진이 몇장 되지 않는다는.. ㅎㅎㅎ

 

 

이렇게 예쁜 길을 프라하를 떠나는 마지막 해에 와 봤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그래도 떠나기 전에 와봤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

 

 

여름에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게 바로 신형트램인데 (유일하게 에어컨이 나온다 ㅎㅎ)

이 은행나무길에서만큼은 신형트램이 반갑지 않다. 얼른 구형 올드트램 나와주새오!!!

 

코시국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살짝 답답했지만, 그래도 예쁜 은행나무길을 보며 힐링했던 시간!

 

 

코로나가 터지고 난 뒤 좋았던 일이라면, 자연과 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었다는 것 :-)

 

원래도 공원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일부러 여기저기 찾아다닐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카페도 식당들도 다 문을 닫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산책밖에 없는 락다운 기간때마다

 

집 근처에 있는 모든 공원들과 모든 산책로들을 섭렵하며 혼자 조용히 산책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원래도 혼자 조용히 걸으며 사색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2020년 한해는 산책을 더 자주 하게되면서 자기반성도 많이 했던 것 같다 ㅎㅎ

 

뭐 특별히 잘못한 일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결혼 후 한국에서의 1년,

그리고 프라하에 와서의 2년을 너무 하는 일 없이 편하게만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자책과 반성 정도...?

 

외출할 일이 더욱 줄어들면서 스페인어 공부도 시작했고 책도 정말 많이 읽었고 코바늘도 시작했고

한해를 이렇게 부지런히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의 한해였다고 본다 :)

 

 

사부작 사부작 젖은 낙엽잎들을 밟으며 산 냄새를 맡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

 

냄새를 맡다

맡다의 받침이 뭐였더라... 쓰다가 2초 잠시 고민했다. 후 나 한국어 가르치는 사람 맞냐 ㅋㅋㅋ

 

한국어보다 영어를 쓰는 비중이 더 크다 보니, 가끔 생각이 안나는 단어들이 있다.

이러다 0개국어 될까봐 겁나서 더 책 열심히 읽고 공부 열심히 하는중 ^_^; ㅎㅎ

 

 

프라하 와서 평소에도 줄기차게 신고 다니고, 산책가거나 조깅할때도 늘 신어서 결국 구멍까지 나버린 내 운동화

 

내 짝꿍은 신발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면서 조심조심 신는 반면, 나는 편한 신발 한켤레 있으면 닳아 떨어질 때까지 신는 편이라

프라하에서 3년간 함께했던 저 운동화는 나와 함께 미국행을 하는데 실패했다 ^_^;

 

 

유럽의 겨울은 흐리고 축축한 날들의 연속일 떄가 많기에,

해가 조금만 났다 싶으면 귀찮아도 무조건 옷 챙겨입고 밖에 나가줘야 한다.

 

 

나는 특히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이라, 날씨가 안 좋아서 집에만 몇일 있으면

일주일 물 안준 식물처럼 생기없이 추우우욱 쳐져버린다. 짝꿍이 알아채고 엄청 걱정할 정도-

 

그래서 하늘이 조금이라도 파란 빛을 보인다 싶으면 무조건 나갔다 오려고 하는 편이다.

나가려고 준비할 때는 살짝 귀찮지만 막상 나갔다 오면 세상 행복해지는 나 :)

 

 

날이 아주 흐린 건 아니지만 구름이 많은 날이라, 그래도 뭐 이정도면 됐어 충분해 만족해 하면서

벤치에 앉아 집에서 텀블러에 들고간 홍차를 호로록 마시고 있는데

 

 

잠시 앉아 있으니 또 이렇게나 예쁜 하늘을 보여줘서 행복했던 오후였다 :-)

 

추울까봐 운동복 안에 히트텍 입고 그 위에 패딩조끼, 겨울 가디건까지 걸치고 나갔었는데

생각보다 하나도 안추워서 땀 뻘뻘 흘렸던 1시간 산책코스-

 

 

프라하는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라 여기서 3년 살면서 여기저기 가볼만한 데는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떠날 때가 되어 마지막까지 미련없이, 안가본 곳 없게 다 가보자!! 라고 생각하며 돌아다녀보니 의외로 안가본데가 또 많더라...

 

이래서 프라하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나보다. 봐도 봐도 또 볼 곳이 생기는 매력적인 도시.

그리고 봤던 곳 또 봐도 또 새롭게 예쁘다. 

 

 

가을의 끝자락을 잡으며 여기저기 열심히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10월과 11월 :-)

프라하의 가을은 이렇게나 예쁘고, 또 날씨가 좋아 여행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프라하에는 산책하기 좋은 산들 역시 많아서, 경사가 완만한 길들을 걸으며 하는 단풍놀이도 꽤 매력적이다 :)

 

 

이렇게 내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남겨보는, 프라하의 가을 :-)